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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칼럼] ESG - 윤리 또는 전략?

등록일 2021-09-29 14:15:47 조회수 2,236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채권 등의 투자를 위해 대상기업의 자산가치, 이익창출능력과 같은 경제적 성과 외에도 환경 및 사회적 성과, 지배구조의 우수성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는 최근의 ESG 투자의 동기는 무엇일까?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 학자들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하는 이유로서 윤리적 동기, 합리적 동기 및 경제적 동기를 제시한다. 이는 ESG에 대한 기업의 대응원칙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업윤리(business ethics)는 영리기업의 목적과 활동에 개인의 도덕적 규범이 적용되는 방식을 다룬다. 따라서 의사결정에 있어 경영자들의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명백히 하 일에 초점을 둔다. 법규준수를 넘어서서 많은 경우 기업의 이익추구(self-interest) 동기와 사회복지 고려 간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원칙과 신념에 기초한 판단을 요구한다. 윤리적 고려는 대체로 문화적 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를 배제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한다. 예를 들면,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는 개별 종교의 율법에 의해 억압당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인권 말살이 이슬람 문화권이라고 정당화될 수 없다. 개인의 자유와 정의가 중국의 독특한 정치 상황이라고 억압될 수는 없다. 기업의 ESG 평가에 있어서도 DEI (다양성, 평등, 포용성)이 중요해지는 이유도 윤리적 측면에서 이들은 절대적 명제이자 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리적 동기만으로 CSR 경영이나 ESG 대응을 설명할 수는 없는데, 그 가장 유력한 논거는 경제적 지속가능성에서 찾을 수 있다. 1987년 UN 보고서인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정의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경제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문제와 소득 불평등과 연계된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지구와 인류의 삶을 지속가능하지 않게 만들 것이란 위기의식을 표현하면서 경제(economy), 환경(ecology) 및 평등(equity)이 균형 있게 추구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 개념이 기업 경영에 적용되면서 TBL (triple bottom line)인 경제, 환경, 사회를 주제로 하는 경영 및 보고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ESG라는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절대적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그것은 역사와 구조의 이해부족에서 오는 오류이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CSR, ESG, 지속가능경영은 개념적으로 모순이다.

따라서 윤리적 동기는 ESG 이해에 있어서 개념적 기초를 이루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함에 있어서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투자자들이 ESG를 강조하는 것이 윤리적 개념에 기초한 인류애적 고려라고 생각하는 것은 마치 “착한 기업 환상”에 빠지는 것과 유사하다. 인간 행동의 동기 중 윤리적 고려가 본질을 구성한다는 전제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기적 및 경제적 동기를 무시하고서는 인간과 기업의 활동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ESG도 투자자나 경영자 모두 합리적 동기와 경제적 동기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합리적 동기란 이해관계자의 요구(needs)를 무시하는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균형 있게 충족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모든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 기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즉 위험관리수단으로서 ESG 성과를 관리하지 않는 투자자와 경영자의 사고를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동기는 보다 적극적인 전략적 동기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사슬에 관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관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와 함께 장기적 기업가치를 제고한 성공사례는 많다. 네슬레, 유니레버, 인터페이스, 파타고니아, 세일즈포스 등의 많은 성공사례 외에도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관련 기업, 백신과 신약개발 등 기후변화, 바이오, 생명, 플랫폼 관련 비즈니스의 성공은 전략적 동기의 중요함을 보여준다. 그 사례들은 합리적 동기와 함께 전략적 동기는 환경과 사회적 성과는 결국 위험관리수단이 되고 장기적으로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및 플랫폼 창출을 가능하게 하여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경영자가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리적 사고는 정의와 형평 등의 본질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정당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가진다. 하지만 전략적 접근은 경영자 또는 투자자의 개인적 가치와 믿음에 의존한다. 즉, 의사결정자가 신념을 가져야 하고 그리고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야 비로소 사회적 정당성이 부여된다. 그래서 전략적 성공은 어렵고 자본주의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은 것이다. 

핵심은 지속가능 경영자나 ESG 투자자가 이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서  경영 및 투자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음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소비자, 종업원, 투자자, 정부, 지역사회 등이 일치된(aligned) 가치를 공유하고 ESG 투자자와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지지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기본이다. 


2021년 09월 29일
김종대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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