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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기업자원의 사적 유용(私的 流用)과 기업윤리

등록일 2023-11-30 12:19:28 조회수 950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는 운동선수가 경기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심판은 주의, 경고, 퇴장과 같은 벌칙을 내린다. 벌칙이 잦아질수록 선수들이 위축되고 경기성적은 좋지 않게 된다. 심한 경우 게임중단이나 몰수패를 당하기도 한다. 기업활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직원의 잘못된 행위는 경영폐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개인이나 가족 친지에게까지 치명적인 흠집이 될 수 있다. 

 

임직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관련 법령과 내규를 준수하여야 한다. 직무수행 과정에서 기업보유 자원(corporate resources)을 사적으로 혹은 업무 외적으로 유용하는 것은 법규나 기업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다. 금전, 경비지출, 공용자산과 같은 재무적 자원뿐 아니라 비재무적 자원인 기업 브랜드, 사회적 신뢰, 명성과 공신력, 경영정보, 경영 노하우 등과 같은 기업자원이 개인적인 목적에 활용될 경우 전반적인 경영효율 저하는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지난 11월 초 광주지법은 회사에서 수백만원 어치의 물건을 훔치고 법인 카드를 100차례 넘게 횡령한 40대 회사원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원은 회삿돈 2390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조사 결과 그는 118차례에 걸쳐 회사 법인카드로 개인적인 물품을 구매해 사용했고,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아야 할 비용을 개인적으로 가져 간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자금의 횡령은 회사 자금난을 유발하고 결국 폐업으로 이끈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7월 대전지법은 횡령혐의로 기소된 어느 기업체 직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기업체 재무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한 여성 직원은 6년동안 770차례에 걸쳐 회삿돈 65억원을 빼돌렸다. 결국 회사는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보고 문을 닫았다. 

 

조직이 금지하는 또 다른 사업, 직장, 직위를 맡는 겸직 역시 자원의 유용이다. 며칠 전 감사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 일부가 겸직금지나 가족 신고 의무를 어기고 태양광 발전사업에 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결과 공공기관 임직원 251명이 적발됐으며, 지자체 공무원 64명도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사업에 참여했다. 감사원은 징계 주의 등의 신분 조치와 함께 범죄혐의가 있는 공직자, 민간사업자에 대해 고발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

 

한편 지난 11월 초 금융감독원은 국내 한 회계법인의 인사, 자금관리, 보상체계 등에 대한 감사인 감리결과 소속 회계사의 부당 행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배우자를 회계법인 직원으로 허위 채용한 후 급여·상여금 등을 지급하거나, 용역을 제공받지 않았음에도 고령의 부모나 자녀 등 특수관계자에게 용역비를 지급한 정황이다. 금감원은 사회 전반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계 부정행위를 적발해야 하는 공인회계사가 오히려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도덕성의 심각한 훼손 사례라고 지적했다.

 

기업 임직원은 업무활동이 법규와 윤리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公私의 명확한 구분은 공공부문뿐 아니라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조직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업무수행의 기본 전제다. 대부분 기업은 업무방법서, 정보관리 요령, 경비지출, 공용재산 이용, 겸직금지, 외부단체 가입, 대외 인터뷰나 기고, 직위직책의 사적이용 등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과 행동 요령을 규정하고 있는데 임직원은 이들을 철저히 숙지해야 한다. 그러나 내규가 업무활동 영역의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다. 또한 제도는 환경변화를 후행적으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임직원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준법과 윤리성에 의심이 드는 부문에 대해서는 회사 방침이나 관례, 법규상 저촉되는 부분이 없는지 재삼 살펴야 한다. 혼란이 들면 실무관련 부서에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사무기기, 용품, 근무시간 등의 사적이용과 같은 소규모 자원유용은 관례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용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 대해서도 임직원이 윤리적 혼란을 겪지 않도록 공감되는 내규를 마련하거나 관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은 기업내규가 경영환경 변화, 특히 노동관련 법규 강화, 임직원 근무의식 변화 등을 반영하여 보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말 들어 많은 기업에서 올 한 해의 윤리, 준법, 청렴 경영실태를 점검하고 앞으로도 상시적인 개선, 적극적 실천과 윤리적 조직문화 조성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기업윤리는 말이나 지식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실천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업무활동의 윤리성이 반복되어, 기업윤리가 습관화, 생활화되고 기업경영 각 부문에 체질화되어야 한다.

   

 

 

2023년 11월 23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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