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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경기부진과 윤리적 인적자원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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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5:54:35 | 705 |
다난했던 계묘년(癸卯年)이 저물고 있다. 우리 경제는 올해 1.4%정도 저성장에 머물고 내년에는 ‘상저하고'의 흐름 속에 2.1% 성장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성장을 잠식하는 경제환경 불확실성이 크게 상존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에서는 이로 말미암아 금년과 마찬가지로 경제예측 전문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하향 수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23.12) 2024년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 전망 조사에 따르면 많은 경제경영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기로(岐路)’ ‘용문점액(龍門點額)’, ‘살얼음판’, ‘변곡점’, ‘Go or Stop ’등을 꼽고 있다. 내년 우리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해내거나, 중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내다 본 것이다.
경제환경이 당초 전망을 벗어나게 되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할까. 변화된 경영환경을 재점검하고 사업계획과 자원투입 구조, 경영활동을 보정할 수밖에 없다. 신시장을 개척한다거나 기존시장 확충과 같은 혁신방안과 아울러 경기부진 장기화나 대내외 돌발변수에 대응하여 투자조정, 사업조직 및 원가비용 구조혁신, 인력 조정과 같은 효율화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이는 노조나 임직원간, 거래기업,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안에 따라서는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내년도 경영기조는 '현상 유지' 혹은 '긴축경영'으로 조사됐다(‘23.12).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들은 '현상유지' 44.0%, '긴축경영' 38.3%로 나타났고 '확대경영'은 17.7%에 불과했다. 긴축경영'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전사적 원가절감(50.0%)' '인력운용 합리화(24.1%)' '신규투자 축소(16.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업종이나 업태에 따라서는 보다 강도 높은 긴축경영이 필요한 부문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의 자금 유출입 구조를 살펴 보면, 원가나 비용규모 축소와 같은 효율화 목표에 근접할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지속된 침체경기에 대응하여 생존경영의 일환으로 꾸준히 경비절감을 해 왔고, 어려울 때 일수록 미래를 대비한 투자가 필요하나 시장 불확실성과 자금조달 어려움 등으로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력조정이나 노동비용 감축이라는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더욱이 임금 삭감과 동결, 성과급 반납과 같은 수단으로 추진되는 노동비용 감축은 효과 높은 전략이라는 것이 이미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윤리경영의 인적자원 관리는 고용, 근로 관련 법규준수에서 더 나아가 법규가 지향하는 정신, 인간 존엄성, 인권 존중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다. 임직원 개개인이 자기 일에 성실한 주인의식을 갖고 임할 수 있도록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고 동시에 생산성과 효율성, 혁신성을 높여 노동비용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기업의 고용인(employees)으로 일하는 개인과 맡은 일에 책임을 지는 주인(employer)으로 일하는 개인과는 생산성과 위기극복 노력에서 그 차이가 엄청나게 클 수 밖에 없다.
임직원을 내부고객이자 혁신활동의 주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는 경영혁신 방안을 강구하는데 있어서도 인적자원 운용의 중요성을 우선한다. 외부고객, 이해관계자와 밀접한 고리를 갖고 갈등을 해소하며 기업의 물적ㆍ경제적 자원을 관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임직원이다. 이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비용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시장확충과 개척 등의 혁신과 경영성과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의 자율과 자긍심, 다양성을 존중하고 갈등해소는 물론 조직 내 창의적 아이디어가 활발히 제안될 수 있도록 기업문화와 소통여건을 더욱 조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제도적으로도 근무방식 다양화, 평가시스템 개선, 내부신고제도 활성화 등을 꾸준히 뒷받침하여 혁신활동의 상시화를 촉진해야 한다.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 가운데 96%가 혼합형(Hybrid) 형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사무실 임대료가 줄어들고 생산성이 더 높아졌으며, 사무실 출근근무자(42%)는 혼합형 근무자(21%)보다 이직률이 2배가량 더 높았다고 한다 (본연구원 뉴스레터 윤리경영 국내외동향 9월호 참조).
2023년 12월 27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