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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우리사회 부패를 보는 국민, 공직자의 인식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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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0 21:03:54 | 868 |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시작된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2023년 우리경제는 1.4%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2020년(–0.7%)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며 2% 정도인 잠재성장율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 경기 흐름에 대해 내수 부진이 하방 요인으로, 수출 개선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전체적으로는 2%대 초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러나 많은 민간연구소에서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2023년 보다는 높겠지만, 회복세가 매우 느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저성장의 고착화와 성장잠재력 약화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게 되면 부패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많은 전문가는 지적한다. 이른바 정직한 실적(performance with integrity)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최고경영자나 관리 책임자들은 당초 설정한 목표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크게 떨어진 실적에 부담을 느끼개 된다. 주주에 대한 책무와 업적평가를 의식하여 실적 데이터를 과장하거나 비용지출을 지연 은폐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회계장부 조정의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구성원들 역시 긴축경영이나 구조조정으로 실질수입이 감소되고 지출의 하방 경직성으로 금전적인 압박을 크게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조직의 감사 통제는 다소 느슨해 지는 경우가 많다. 임직원의 실적 고양과 성과의욕 제고를 위해 감시보다는 격려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부정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틈이 넓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기상황이 부정부패를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근원적인 것은 역시 아니다. 부정 부패는 기본적으로 윤리 도덕의 문제이며 실천적으로는 법과 제도의 준수, 사회문화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민권익위는 우리사회의 2023년 부패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2024.1.16). 일반 국민, 기업인, 전문가, 외국인, 공무원 등 4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우리 사회가 부패하다’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56.5%가 그렇다고 가장 많이 응답했으며 이어 전문가(42.9%), 기업인(38.7%), 외국인(12.3%), 공무원(7.9%) 순이다. 우리 사회 부패를 보는 인식차가 공무원과 일반시민 사이에 매우 크다. 일반 국민과 기업인, 전문가는 정당·입법 분야가 가장 부패하다고 평가했고 공무원이 꼽은 가장 부패한 분야는 언론이었다.
한편 ‘공무원이 부패하다’는 질문에는 일반국민과 기업인이 공히 각각 38.3%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이어 전문가 31.6%, 외국인 10.3%, 공무원 2.4%의 순이다. 공공부문을 보는 부패인식도 역시 일반국민과 기업그룹, 공무원 그룹간에 격차가 매우 큼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 분야별로는 국민, 기업인, 전문가, 공무원 모두 ‘건설·주택·토지’분야가 가장 부패하다고 지적했다.
부패란 무엇인가. 영어 어원은 corruption 함께 파멸한다, 한자어로는 腐敗 썩어 무너진다는 의미다. 학자에 따라서는 뇌물과 동일한 것으로 좁게 정의되기도 하고 뇌물뿐 아니라 횡령 정실 등을 포함, 사적이익을 위한 신뢰오용으로 넓게 정의되기도 한다. 주인과 대리인(principal – agent) 관계에서 주인인 국민의 대리인들( 국회의원, 관료등 공직자)이 개인이익을 위해 주인이익인 공익을 저버리는 도덕적 위해행위이자 주인이 위임한 직위·권한을 남용하고 법규를 위반한 행위이다.
부패는 사회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경제활동을 생산적인 활동에서 부정한 활동으로 이탈시켜 국민의 건전한 삶을 저해하고 행복증진을 감퇴시킨다. 마케팅 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글로벌 해피니스 2023’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행복하다는 응답자 비중은 57%로 조사대상 32개국 중 31위를 기록했다. 종합 행복도 평가에서는 가장 행복한 나라로 나타난 핀란드와 한국을 비교해 볼 때 행복도 평가의 6개 부문 중 건강 부문에서는 한국이 핀란드보다 더 높고, 소득수준의 차이는 미미했다. 하지만 부패 부문에서 한국은 핀란드의 30% 수준에 불과해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중앙일보 2023. 12. 12).
우리나라의 부패수준은 그동안 정부, 기업 등 각계의 노력에 힘입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부패인식지수에서도 우리나라는 10년 전인 2013년 국제 순위 46위에서 2022년에는 31위로 올랐다. 세계 10위권인 실물경제 수준에는 여전히 못미친다. 일반 국민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부패 수준 역시 부정적이며, 특히 공공부문 부패를 바라보는 인식에 있어 민간과 공무원 간의 격차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부패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경제사회의 성장기반을 강화, 증진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라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네가지 중요한 덕(四維)의 하나가 바로 청렴(淸廉)이다. 예방과 처벌, 반부패 정신이 함께하는 환경을 꾸준히 조성해야 한다. 부패를 유발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제개혁 및 평가와 대책보정, 정보공개, 사회 지도그룹의 솔선, 형벌강화, 윤리도덕교육 생활화, 부패배격과 신고정신 함양, 조직내 자체 신고시스템의 권장 등이 아울어진 반부패 정책 패키지가 전체로서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역대 정부 모두가 예외 없이 반부패 청렴의 기치를 올리며 출발하였음을 잊지말자.
2024년 01월 29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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