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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실천적 기업윤리와 정직(正直)이라는 德目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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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11:20:27 | 1,081 |
도덕윤리를 실천하는데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옛부터 다섯 가지 기본적인 덕목으로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이라는 5상을 들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인은 오상(五常)의 하나지만 나머지를 포괄하는 최고의 덕목으로 여긴다. 나무의 뿌리와 같다는 얘기다. 인이라는 도덕윤리의 뿌리에서 신의, 지혜, 용기, 성실, 존경, 겸손, 정직, 청렴, 책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덕목이 생긴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실천적 기업윤리에 있어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물론 모두가 필요하지만 나무의 뿌리 역할에 근접할 중요한 덕목은 다름 아닌 정직이 아닐까.
지난 3월 중순 전문경영(專門經營) 체제의 모범사례로 일컬어 온 유한양행이 회장직을 도입해서 화제다. 1926년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가 1969년 은퇴하면서 혈연관계가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인계함으로써 소유와 경영의 분리, 전문경영의 전통을 현재까지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소유경영(owner經營)체제, 아니면 전문경영 체제가 옳으냐는 획일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논의과제는 아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살아남고 발전을 위해서는 업종과 업태, 시장구조, 규제법령 등을 감안하여 기업 스스로 최적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상 유한양행과 같이 우리경제에서 100년 가까이 발전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흔치 않다. 오히려 장수기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영체제라기보다 회사 창업자의 뜻, 이상 그리고 팔로워쉽(followership)이다. 경영이념이 꾸준히 실천되면서 변화하는 환경을 극복하고 기업 발전이라는 성과를 가져온 덕목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유한의 창업자는 정직이 기업의 영원한 전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다른 많은 기업그룹의 창업자, 회장의 어록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말이다. 많은 윤리경영 전문가들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공에 필요 불가결한 본질적인 요소의 하나로 정직을 매우 중요시한다. 정직하고 떳떳한 기업활동, 정직한 직원, 정직한 회계자료, 정직한 기업정보 공개, 정직한 세금납부 등은 윤리적으로 소비자, 임직원과 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기업을 성장시키는 고도의 품질보증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직이란 무엇일까,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말하고 바르게 행동한다는 의미다. 우리 모두는 사회에서, 기업이나 조직에서,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렇게 모두가 정직하기를 바란다. 이렇듯 정직은 아주 평범한 말이다. 실천 덕목의 하나이기는 하나 윤리도덕, 법규에 모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바탕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직하게 지킨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지 않으면 도덕윤리, 법규는 그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정직은 모든 덕목의 전제이자 바탕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약속에 정직하면 서로 신뢰(信賴)할 수 있고, 쓸 수 있고(信用), 일을 맡길 수 있다(信任). 이렇듯 믿음(信)의 문제도 곧 정직의 문제인 것이다. 돈과 재물에 정직한 것이 청렴이며, 맡은 일과 직업상의 임무, 직책에 정직한 것이 성실이다. 법률이나 규칙에 정직한 것이 준법이며, 정직하지 못한 것이 위법이다. 어려움과 위험에 정직한 것이 용기다. 업무수행 결과에 정직한 것이 책임이다.
얼마 전 국내 100대 기업의 기업 인재상이 5년 전 소통·협력과 전문성에서 올해는 책임의식과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조사결과가 보도됐다(대한상의 2024.1). 살펴보면 인재상 역시 정직이 기본 전제가 된다고 하겠다. 직원들 서로가 자신들의 말과 행동에 정직할 때 소통 협력이 활발해지며, 자신의 직무에 정직할 때 성실한 노력이 쌓여 전문성이 축적되고, 변화와 위기에 대응한 용기에 정직한 것이 도전이라 할 수 있겠다. 많은 경영자나 회장들 역시 가장 경계해야 할 임직원은 정직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하는데, 경영활동과 투자 판단에 있어 정보나 사실의 오류로 그릇된 결정을 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기업의 윤리적 리더십 발휘에 있어서도 정직은 그 바탕이 된다. 경영진이나 관리책임자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정직하지 못하면 직원들에 대한 정당성과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고, 조직의 책임자라는 지위, 리더 차원에서 정직하지 못하면 경영정책, 업무방침, 윤리메시지가 아래로 확산되지 못한다. 결국 윤리적 문화가 조성되기 어렵다. 직원들은 기업의 윤리강령이나 업무방법, 행동지침이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가에 매우 민감하고 상사의 윤리적 위선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기 때문이다.
한 차원 높은 윤리경영으로 발전하는 관건은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 영역에서 윤리적 문화가 조성됐는가에 달려 있다. 이때 정직은 실천적 기업윤리에 필요한 모든 덕목의 기본전제, 공통분모가 되는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속담에 정직이 최상의 방책이라 했다.
2024년 03월 28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