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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해고대상 직원에 대한 배려와 기업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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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09:52:49 | 593 |
수출경기가 호전되고 있으나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 기업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사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나 조직 통폐합. 비용과 지출경감, 저수익 부문 매각, 성과향상을 위한 교육강화, 임금·보수 삭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비교적 호전 되고 있는 기업에서도 비용 경감대책을 강구한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언제든 경영환경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경계성 비상경영의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다.
비상경영, 긴축경영 수단으로서 빠지지 않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상식화 되어버린 것이 다름아닌 인력 구조조정이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기업들이 흔히 이용하는 해고 회피 수단이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권고사직이다.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퇴직이라고는 하나 실제로 기업사정에 따라 규모와 요건을 정해 반강제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근로자에게는 개인적인 고통 뿐 아니라 몸담았던 기업에 대한 신뢰가 일시에 무너지게 된다.
긴박한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이 근로자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강력한 수단이 정리해고다. 정리해고는 기업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합병 인수 등으로 경영합리화를 추구하게 될 때 행하는 해고로 일반적으로 많은 직원들의 해고를 가져온다. 직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만큼 근로기준법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기업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한다.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고 그만두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00명 가운데 12명 정도이다. 노인인력개발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임금근로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퇴직자(55~64세) 가운데 자신의 주된 일자리에서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사람의 비중은 11.2%였다.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를 이유로 주된 일자리에서 비자발적으로 퇴직한 사람의 비중은 14.1%로 나타났는데, 여기에 '직장 휴·폐업과 같이 기업 사유로 발생한 조기 퇴직자 비중을 모두 합하면 37.7%에 달했다. 중·고령층 퇴직자 100명 가운데 약 38명 정도가 비자발적 사유로 직장을 떠난 경험이 있는 셈이다. 한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중장년내일센터가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949명을 대상으로 조사(2023.11)한 결과에 따르면, 퇴직 유형으로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퇴직이 절반을 넘는다(56.5%). 정년퇴직은 9.7%에 그쳤다. 비록 비자발적인 퇴직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귀책사유로 기업에 중대한 피해를 입혔을 경우, 근로자가 해고될 수 있는 법규나 회사규칙 위반을 저지른 경우 해고가 불가피 하다. 기업들은 인적자원 관리에 있어 내부 규정이나 규칙 등으로 해고사유를 명문화한 사례가 많다.
어떤 이유이든 함께 근무하던 직원의 해고는 유쾌하지 않다. 특히 비자발적인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행해지는 정리해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들 정리해고와 같은 비자발적 퇴직의 과정은 떠나는 직원이나 남는 직원이나 모두에게 심각한 일이다. 기준과 요건, 절차는 공정하고 적법했는지 의심이 들고. 가족, 동료, 친지의 반응과 시각에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다. 대상자들은 일단 자존감 상실과 사기의 저하,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회사나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퇴직 후에는 회사에 대한 감정이 분노나 증오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떠나는 직원들에 대한 정서적이고 개인적 존엄성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윤리경영이 지향하는 인간존엄성 존중이다. 남은 직원들 역시 해고나 퇴직 과정의 공정성에 대해 의혹이 있을 수 있다. 정작 마땅히 해고되어아 할 사람은 자리를 지킨다거나, 경영진과 관리 책임자들은 남고,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등의 의혹이다. 많은 사람의 퇴직이 수반되는 정리해고나 비자발적 명예퇴직 등의 과정은 직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한 절차와 설명의 책임이 필요한 이유다. 투명하지 않은 정리해고나 비자발적 명예퇴직은 소위 살아남은 직원들에게도 조직에 대한 불신과 직장 안정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고라는 의사결정의 기본방침이 정해져 있더라도 윤리적 가치를 져버리는 과오를 범할 경우 신뢰구축은 물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2024년 06월 27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