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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우 칼럼] [기업의 도산에 대한 기획칼럼 1] 기업 도산의 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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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30 15:54:35 | 283 |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숙명이 있듯이 기업의 생명도 이와 마찬가지로 유한하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자기 회사는 영원히 번창할 것이라는 바램을 갖고 있겠지만, 인간이 수명을 다하면 죽듯이 기업도 제 명이 끝나면 사라지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의 도산을 인간에 굳이 비유한다면, 자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창 일할 나이에 병이나 변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사 같은 거다 싶다. 따라서 그만큼 아쉬움과 미련이 많이 남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보더라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러한 ‘도산’은 왜 발생하는 것인가? 그동안 팔기회원들과 상담을 요청해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온 결과 부도나 도산은 다음과 같은 데서 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결과는 도산자들 각자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판단한 것이므로 흔히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 말하는 이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겠지만, 그들의 산 경험에 의한 것이므로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
경영자의 교만과 경영능력의 과신
일반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5년 내에는 회사 일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도산할 확률은 그만큼 적은 것이 사실이다. 아침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때론 밤늦게까지 남아 종업원들과 철야 작업을 하는 등 회사 일에만 전념한다. 이러다 보면 다소 돈도 벌게 되고, 경영에 대한 확신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는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회사가 커지게 되면 교만과 방심이 생기게 된다. ‘이제 이 정도 키웠으니 적당히 즐기면서 해 나가도 된다든가’, ‘업무 중 골프도 가끔 쳐야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되고, 무리한 사업 확장과 부동산 투기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처럼 경영자의 생각과 관심 분야가 분산되면 그동안 모체가 되어온 본업에 구멍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원 교육의 미비와 결여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특히 교육에 대한 투자가 미비하며, 사원 교육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을 보더라도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그 기업의 성패는 사원 교육 정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교육 시간이나 교육비 등에 대해서는 유난히 타산적인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회사 발전의 필수적 요건이랄 수 있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정보 등은 각종 교육을 통해서 입수되기도 하고 적어도 동기 부여도 한다. 또한 교육은 사원들의 능력개발뿐만 아니라 자긍심 고취라는 2중의 성과를 가져다준다.
사업의 목적·목표·계획성의 결여
앞서 잠시 언급했다시피, 창업 후 5년 이내에 기업이 도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 점은 곧 경영자의 목적의식 내지 목표설정과 직결되기도 한다. 창업 초기에는 누구나 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경영에 임하고 있으며, 모든 일에 대해 미래에 대한 계획성 있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라서면 이러한 목적의식이나 목표 의식이 희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곧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사실 어떤 기업이든 간에 일정 기간의 목표와 목적은 설정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 자신의 생애에 걸친 장기계획이 기본이 된 목적·목표가 세워져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경영은 반드시 표류하게 된다.
업계정보의 결여와 새로운 환경변화에의 대응능력 부족
과거 팔기회를 통해 상담을 요청해 오는 도산자들을 보면 배움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지만, 여러 가지 정보나 경제환경의 변화에 지나칠 정도로 둔감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예를 들면, 어떤 중소기업인은 자기의 모기업이 새로 개발한 신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되어 제품생산을 중단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설비증설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러 도산한 경우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다른 나라 기업인들에 비해 공부하려는 의지가 매우 약하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신문이나 잡지, 방송 등을 너무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관심만 제대로 가진다면 경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자료를 여기서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제품·신기술 개발의 지연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신제품·신기술 개발 수준은 ‘모방’의 단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1년의 대규모 도산 사태도 중소기업 자체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인 신제품·신기술 개발 노력의 부족에 기인한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나 재테크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결과 기업 체질은 당연히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내수시장이나 수출시장에서 약간의 이상기류만 있어도 무더기 도산 사태를 초래하였던 것이다.
가정불화, 동족경영의 폐해
대체로 중소기업 사장 부인은 조강지처다. 영세기업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부인이 훌륭한 경영자문자로서 내조함으로써 회사 발전에 끼친 공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회사가 커지고 다소 여유가 생기면 유혹적인 도락에 빠지는 사장이 많아지고, 따라서 가정불화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기업도산의 원인 중 친인척들이나 가족들의 지나친 경영 참여 등으로 파생되는 문제 즉, 동족경영의 폐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폐단은 경영자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시킬 뿐만 아니라 종업원들의 사기를 저하시켜 조직을 일순간에 와해시키는 경우도 있다.
공사(公私)의 혼동 등 경영철학의 결여
우리나라 중소기업 도산의 내부적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방만한 경영이다. 이러한 방만한 경영은 경영층과 간부들이 공(公)과 사(私)가 무분별하여 회사의 경리장부가 복잡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사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상과 같은 기업도산의 원인 외에 결단력이나 실행력의 결여, 계수관리 능력의 부족 등도 도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24년 09월 30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장 南在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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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1993.12.10. 발행된 『再起하는 기업인』 ‘제3장 기업의 도산’에 실린 글을 시대 흐름에 따라 저자가 직접 일부 편집하여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