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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조 칼럼] 내부신고, 가장 쉽고 효율적인 윤리경영

등록일 2025-03-31 15:28:23 조회수 48

1. 들어가면서

 

기업 등 어떤 조직도 내부 일을 그 내부 사람만치 잘 알 수가 없다. 좋은 일은 물론이고 나쁜 일도 대부분 그 내부 사람에 의해 알게 된다. 이건 그동안 수많은 연구와 조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각국은 이걸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깨끗한 사회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내부자가 자기 조직(기업) 내 일을 조직 안에서 풀지 못하고 바깥으로 가지고 나갈 때는 큰 부작용이 뒤따른다. 나쁠 때는 수습 불능으로까지 간다. 기업 내부의 상급자나 담당자에게 알렸더라면 일찍 환부만 싹 도려내 고치게 함으로써 회사 좋고 나 좋고 할 일을 수습 불능으로 만들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회사 잘 되라고 한 일이 회사를 망하는 길로 떠밀게 된다.

 

그래서 선진 각국은 기업 내부인의 풍부한 정보를 기업 내부에 집중시키는 쪽으로 법제화하고 있다. 2021년 EU(유럽연합) 회원국 전체가 그렇고 가까운 일본도 2022년 관계법을 고쳐 이런 추세를 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기업대로 법도 제정되기 전에 행동헌장까지 마련, 실천해왔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같은 데서도 2021년 기업 내 정보를 기업 내에 집중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국제표준을 만들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조직 내 잘못된 일을 조직 내에 알리는 것을 필자는 ‘내부신고’라 부른다. 이미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우리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나오는 용어는 아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핫라인(hot-line)’, 헬프라인(help-line), ‘internal whistleblowing’, ‘internal reporting whistleblowing’, 그리고 일본의 ‘내부통보(內部通報)’ 등이 모두 내부신고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모두가 표현만 다르지 신고 창구가 조직 내부에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내부신고’에 우리 사회는 너무 관심이 없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학계도 조용하다. EU나 일본 등은 입법을 통해 기업의 내부신고 체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ISO 같은 국제기구까지도 내부신고제의 정착을 위해 국제표준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재계는 미동도 없다. 이런 침묵을 깨는 데 일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글의 동기다.

 

 

2. 유사개념과의 차이

 

① 공익신고

 

우리 공익신고자보호법(제6조)은 공익침해행위가 있는 경우 어디나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익침해행위는 국민건강이나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등 무려 491개 법령 위반 사실을 가리키므로 기업 내 부정 · 비리도 여기 해당할 때가 많다. 그러나 법에는 어디에 신고하느냐를 묻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직 내부에만 신고토록 하는 내부신고와는 다르다. 

 

② 내부공익신고

 

‘공익신고자보호법’(제2조7호)은 부정 · 비리가 있거나 있었던 조직의 전 현직 근무자나 거래가 있은 사람이 공익신고를 하는 경우 이를 ‘내부공익신고’라 부른다. 그 조직의 내부자 등의 신고라고 해서 ‘내부공익신고’라고 할 뿐 어디에 신고하느냐 묻지 않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내부신고와는 다르다. 

 

③ 내부고발


서구 사회의 Whistleblowing을 한국에서는 모두 ‘내부고발’로 부르고 있다. Whistleblowing에도 어디에 알리느냐에 따라 Internal Whistleblowing과 External Whistleblowing으로 나뉜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내부고발’로 표현하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더더구나 ‘고발’은 ‘벌주라’는 뉴앙스가 있어 어감이 튈 때가 많다. 게다가 내부인이 외부기관(수사 · 언론기관)에 신고할 때 내부고발 또는 외부고발로 부르고 있어(일본) 혼란스럽다. 


 

3. 내부신고제 왜 중요한가

 

(1) 내부신고 체제

 

조직 내 일은 그 조직원들이 가장 잘 안다. 잘못이 있는 경우 이를 바로 잡는 길도 그 조직이 잘 안다. 이를 제도로 끌어들여 효율을 최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바람직한 ‘내부신고 체제’다. 

 

이런 체제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으면 조직 구성원이 조직 내 부정 · 비리를 안심하고 손쉽게 조직이 지정한 창구로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사회는 사회대로 깨끗해지고 조직은 조직대로 조직 내 부정 · 비리를 막아 기업 가치를 올리게 된다.

 

내부신고와 관계있는 법제로 ‘공익신고자보호법’(2011년)이 있다. 이 법은 신고자가 두려움 없이 부정 · 비리를 사회에 알리게 하는 데 입법 목적이 있다(동법 제1조). 따라서 어디에 신고하든 자유다. 신고를 장려하여 사회가 맑아지는 데 도움이 되면 입법 목적이 달성된다. 신고 후 피신고자가 어떻게 되는가는 관심 밖이다. 따라서 잘못도 알려주고 자정(自淨)의 기회도 함께 주는 내부신고제와는 존재 의의가 다르다.  

 

(2) 내부신고 체제 왜 중요한가?

 

내부신고는 조직이 지정한 창구에서 신고를 받고 이를 조사한 뒤 시정조치와 재발방지책을 강구한다. 조직 내 창구란 꼭 조직 내부에만 두는 걸 말하지 않는다.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 등에 맡길 수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신고자와 일정한 수준 공유하는 제반 절차를 미리 조직이 만든 관리 체제에 의해 진행하는 것을 내부신고 체제라 한다. 

 

잠재적 신고자는 이러한 내부신고 체제가 신고자의 불이익 염려 없이 잘 짜여 있고 잘 운영되고 있는가를 곰곰이 살펴 신고 여부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기업은 이에 따라 내부신고 ‘관리규정’을 잘 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복 금지다. 법에도 규정이 있지만 조직 자체도 이를 위한 상세한 안내가 필요하다. 또한 신고 담당자나 조사자의 성실한 태도와 조사 경과 및 결과의 친절한 피드백도 잠재적인 신고자의 결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직과 그 구성원은 관리규정과 그동안의 과정이나 실적 등 이른바 내부신고 체제가 합리적이고 완전할수록 그 조직이 추구하는 컴플라이언스 경영이 강화된다. 부정 · 비리 척결이라는 공익 실현과 함께 기업가치 상승으로 주주 · 고객 · 사회 등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의 강한 신뢰를 얻게 된다. 

 

신고 체제가 제대로 안 돼 있으면 조직원들은 부정 · 비리를 들고 조직 밖으로 나가기 십상이다. 조직으로서는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된다. 포상금까지 걸고 신고자를 부르는 데도 많다. 그러므로 내부신고와 외부고발은 상충관계다. 한쪽이 부실하면 다른 쪽으로 가기 싶다. 이를 막기 위해서도 내부신고 체제의 충실은 필수적이다. 

 

(3) 내부신고제의 효과
 

① 조직 내 부정 · 비리의 조기 발견

 

내부신고제의 제1의 효과는 조직 내 부정 · 비리의 조기 발견이고 조기 대처다. 조직 내 병든 곳을 일찍 알수록 일찍 도려내고 치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직원들이 부정 · 비리 정보를 바깥(감독관청, 수사 · 언론 기관 등)에 들고 나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 조직의 평판 저하를 막고 자정(自淨)의 기회를 갖는다. 

 

② 적절한 긴장감 조성으로 건강한 컴플라이언스 문화 형성

 

조직 내 부정 · 비리는 누군가에 의해 조직 창구를 통해 알려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보편화 되면 그 조직은 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의 내부구성원 사이에 자기가 알게 된 조직 내부의 부정 · 비리 정보를 안심하고 정해진 창구를 통해 상부에 알릴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신뢰감 조성으로 조직 내 건전한 컴플라이언스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기업풍토의 질적 전환을 기할 수 있다. 2018년 미국의 경제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내부신고제는 “조직을 건강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더 많이 호루라기 소리(whistleblowing)가 들릴수록 병이 아니라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내부신고가 많은 기업 순으로 언론(東洋經濟)에서 발표하고 있다. 1)
 

③ 해당 조직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강력한 신뢰 조성

 

내부신고제가 정착, 제대로 기능하게 되면 그 조직의 주주나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에 강력한 신뢰감을 주게 된다. 그 조직이 기업인 경우 일단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고 주주에게는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를 주게 되며 종업원에게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게 된다. 2)

 

④ ESG경영의 한 축인 건전한 지배형태(Governance) 구축

 

내부신고제를 조직의 부정 · 비리 예방이라는 소극적인 제도로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의 유지 · 향상이나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적극적 리스크 관리 제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영층은 항상 내부신고제가 부실하면 언제나 외부(감독관청이나 수사기관, 매스컴 등) 고발의 위험이 뒤따르므로 내부신고제의 충실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러므로 각국은 금융시장이 상장 기업에 요구하는 이른바 Corporate Governance Code에 내부신고제에 대한 규정이 들어 있다. 3) 말하자면 우리 금융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 등 유가증권의 발행사는 내부신고제 설치 같은 윤리경영을 하고 있다는 걸 과시하는 규정이다.  

 

 

4. 내부신고제가 성공하려면

 

① 내부규정의 작성과 공표

 

신고 창구를 어디에 두고 어떤 사실이 신고 대상이며 어떻게 신고할 것인가 등을 정하고 이를 전 구성원들에 주지시켜야 한다. 4) 무어라 해도 내부규정에 신고로 인해 보복 등 피해를 입지 않도록 완벽한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규정 안에는 이 밖에도 접수 후 조사 방법, 조사에서 배려할 사항, 조사 결과의 처리 방법 등과 함께 조사와 처리 과정에 대한 정보의 신고자와 공유 방법 등을 미리 내부규정에 담아야 한다. 이를 보고 신고자가 신고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② 신고 창구의 신중한 결정
 

대체로 신고 창구는 조직(기업 등) 내에 두거나 바깥의 전문 기업에 맡기거나 한다. 큰 조직의 경우 사 내외에 두 군데 다 두기도 한다. 많은 조직이 경영 간부에게 신고 창구를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신고 내용이 갑질 · 성희롱 등과 같이 이들과 유관한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신고 창구 설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③ 접수 후 성실한 조사와 대응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고 그 자체가 불법행위로 효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취업 시 맺은 사내 비밀 누설 금지 계약도 마찬가지다. 신고 내용의 공개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5. 내부신고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시각

 

(1) 국제투명성기구
 

이 기구는 2022년 11월 “공 · 사를 막론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기들이 알게 된 부정 · 비리를 그 조직 내에 신고하는 것(IWS: internal whistleblowing system)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리스크 관리 방법이고 조직의 명성과 경제적 손실을 효과적으로 막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5)

 

이 기구는 또 “조직 내 신고(IWS)가 그 조직의 직원들이나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로 하여금 신고의 처리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하고, 신고자에 대한 보복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렇게 하는 것이 내부신고자 보호를 위한 ‘EU 지령’(European Union‘s Directive) 에도 충실하는 것”이라고 이 기구는 말했다.

 

(2) 국제표준화기구(ISO)

 

ISO도 2021년 기업 등 조직 내 내부신고(whistlblowing)를 받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국제표준 ISO 37002-2021를 만들어 공표했다. 조직 내에서 내부고발을 접수, 관리, 평가, 유지, 개선하는 데 적합한 표준을 정한 것이므로 이 역시 ‘내부신고’ 관리체제에 관한 국제표준이라 할 수 있다. 6)

 

기업 등 조직이 내부신고 체제를 갖추면서 이러한 표준을 도입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 조직의 재량에 맡겨진 문제지만 한때 일본에서 내부신고 체제를 갖춘 기업에 인증(認證) 제도가 있었듯이 이런 ISO 표준을 갖춘 내부신고체제 기업은 자사 홍보에 적극 활용도 가능할 것이다. 

 

 

6. 주요 선진국의 내부신고제 동향


(1) 미국 

 

미국은 EU나 일본처럼 전 기업에 내부신고제를 강제하는 연방법은 없다. 대신 개별법으로 내부신고제를 실시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는 있다. 특히 금융기관이나 정부와의 계약업체 그리고 작업장의 안전과 관계되는 상장회사에 내부신고제가 권장되고 있다.

 

미국은 일찍이 1989년 연방법으로 내부고발자 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을 제정한 바 있고, 2002년 제정된 사베인-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 일명 SOX법)에 따라 내부신고자의 신고에 대해 고용주의 보복행위를 막고 있으며(어기면 처벌), 기업들은 종업원의 내부신고를 위한 안전한 보고 채널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법은 특히 상장사의 증권법 위반, 사기, 회계 불일치를 보고하기 위한 내부신고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또한 공화 · 민주 양당은 미 대법원이 2018년 사건에서 증권위(SEC)에 신고하기 전에 자기 회사에도 신고한 경우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판결에 반발, 자기 조직 내부에 신고(internal reporting), 즉 내부신고를 하는 것도 당연히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한 초당적인 ‘내부고발 개혁법안’(Whistleblower Reform Act)을 의회에 내놓고 있다. 7)

 

이밖에도 미국에는 내부고발자 보호의 선도적 국가답게 내부신고를 직간접적으로 옹호하는 많은 연방법과 주법들이 있다. 8)


(2) 영국


영국은 ‘공익정보 공개법’에 따라 조직의 구성원들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은 또 재무보고위원회가 모든 기업들로 하여금 내부신고 체제를 갖추도록 권장하고 있다.

 

영국의 법무성은 뇌물 방지법에 따라 뇌물을 막기 위한 핵심적인 조치로 내부신고제를 포함했고, 금융감독원은 기업들로 하여금 종업원들이 부정 · 비리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3) 유럽연합(EU)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의 내부고발(whistlblowing)에 대한 보호 수준이 제 각각이어서 2021년 공익신고자 보호지령(directive)을 만들어 회원국들로 하여금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어 국내법을 제정하도록 했다.

 

이 지령 속에는 조직 내의 위법행위가 내부적으로 잘 처리되어 보복의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조직 외부(감독관청, 수사나 언론 기관 등)에 신고하는 것보다 내부신고를 더 우선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고, 구성원이 50 명 이상의 조직에는 그 조직 내에 내부신고 체제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그 이상 기업들은 기업 내에 종업원들의 내부신고를 접수, 처리할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자금 세탁을 한 기업과 금융기관 · 운수 안전 및 환경보전 등의 법적 규제가 있는 법인에 대해서는 종업원 수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내부신고 체제를 갖추어야 하고 공중위생에 관한 위험 평가를 받은 경우에는 종업원 50명 이하에도 내부신고 체제를 반드시 갖추도록 했다. 9)

 

(4) 일본 

 

일본은 2020년 6월에 개정 시행된 ‘공익통보자보호법’에 따라 종업원 300 인 이상의 기업 등에 대해 내부신고의 ‘체제 정비’를 의무화했고 종업원 300 인 이하에는 ‘체제 정비를 위해 노력할’ 것을 의무화했다. 뿐만 아니라 2025년 4월 현재 이러한 체제를 갖춘 뒤 기업 등 조직은 이를 구성원들에게 주지시키도록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10) 물론 한국에는 이러한 법제조차 없다.

 

일본은 종업원 300 인 이상의 기업에 내부신고 체제가 의무화되기 이전에도 이미 종업원 300~1,000 인 기업의 70.5%가 내부신고 체제를 갖추고 있었고, 1,001~3,000 인 기업은 93.5%, 3천 인 이상의 기업은 99.2%가 내부신고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2017년 현재) 11)
 

뿐만 아니라 이미 이 법 시행되기 이전인 2002년 재계(經団連)가 나서 각 기업들은 “통상의 지휘명령 계통으로부터 독립한 기업윤리 헬프라인(상담 창구)을 정비한다”는 ‘기업행동헌장 실행지침서’를 채택, 실시한 바 있다. 재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투명성기구가 말했듯이 ‘내부신고 체제(IWS)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부정 · 부패 방지책’이라는 자각이 전제된 것이다. 이 지침서에는 기업들이 갖추어야 할 내부신고 체제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이 법의 주무부처인 소비자청(消費者廳)은 내부신고를 위한 ‘체제 정비’의 내용을 알기 쉽게 지침으로 발표했다. 지침은 먼저 “내부신고를 받을 창구를 설치하고, 이를 받아 조사한 뒤 시정조치를 할 부서 및 책임자를 명확히 정하도록” 했다. 


 

7. 글을 마치며

 

2015년 영국의 한 조사(the Institute of Business Ethics)에 따르면 기업 종사자들의 거의 절반(45%)이 기업 내 부정 · 비리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신고한 사람조차도 61%가 그 결과에 불만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내부신고 체제의 불비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경우 조직의 부정을 발견하는 것은 내부신고를 통해서가 58.8%로 가장 많다. 상사의 일상적인 점검으로 알게 된 경우가 31.5%임을 감안하면 내부신고의 위력을 알 수 있다. 12)
 

기업은 국가 · 가계(家計)와 함께 한 나라의 경제를 떠받치는 3개의 기둥 중 하나다. 하나라도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진다. 한 나라의 부를 창조하는 핵심적인 기둥인 기업의 건강이 강조된다. 기업의 건강을 위해 법령을 지키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컴플라이언스 경영이 강조된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 경영의 유력한 수단으로 내부신고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내부신고 체제가 엉성하면 종업원은 사내 부정을 외부(수사기관, 매스컴)에 들고 나가게 된다. 감독기관 등에서는 포상금을 걸어놓고 이들의 신고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스스로 해결(自淨)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평판 저하 등으로 존망의 위기까지 감수해야 한다. 

 

기업의 음험한 구석을 종업원만치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그걸 도려내고 치유하는 방법도 해당 기업만치 잘 아는 데가 없다. 신고자도 신고 후 진행 과정을 잘 알 수 있다. 종업원이 사내 부정 · 비리를 외부로 들고 나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부신고 체제를 잘 갖춰야 한다. 그래서 내부신고가 기업의 윤리경영에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선진국들이(EU, 일본)이 최근 들어 내부신고제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법제화 이전에 이미 재계가 자발적인 실천을 위해 행동헌장까지 만들었다. 그게 기업에 득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내부신고 체제를 갖춘 기업은 46.3%이지만 대기업만은 거의 100%가 내부신고 체제를 완비하고 있다. 이와 나란히 부패 방지 관련 국제기구도 나서 내부신고를 부추기고 있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좋든 싫든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모든 기업이 세계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 상품과 마찬가지로 우리 기업의 주식도 세계 곳곳에 거래되고 있다. 각국의 자본시장은 ‘우리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발행사는 이러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Corporate Governance Code(지배구조 모범규준)를 만들어 공시하고 있다. 우리 모범규준에도 임직원의 부정 · 비리 방지와 보고의무 등이 규정되어 있다.

 

며칠 전 신문에서 본 내용이다. 비싸게 받는 명품들은 죄다 ‘윤리경영’을 내세운다고 했다. 먹는 것, 입는 것, 심지어 마시는 것(커피)까지도 ‘윤리경영’을 간판으로 내건다고 했다. 예컨대 입는 옷만 해도 실-옷감-옷이 되어 나오기까지 노동의 제 규정이 지켜졌는지 인권 침해는 없었는지 같은 걸 따져 윤리경영을 했다고 높은 가격의 이유로 댔다는 거다. 이쯤 되면 ‘내부신고’ 체제를 갖춘 기업들도 윤리경영을 이유로 가격표 뒤에 자랑할 만도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느긋하다. 사회 어느 한군데라도 내부신고제의 필요성이나 시급성에 대한 논의가 없다. 당사자인 기업은 물론이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할 학계나 선도해야 할 정부 그 어디에도 조용하다. 작은 소리 하나가 큰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2025년 3월 24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자문교수 김옥조

1965~1983: 중앙일보 기자, 부장(대우), 주일특파원
1983~1993: 청와대비서관, 국가보훈처차장, 국무총리비서실장
1993~1998: 언론연구원장, 인천방송사장
1999~2015: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미디어법과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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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년 미국의 경제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내부신고제는 “조직을 건강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더 많이 호루라기 소리(whistleblowing)가 들릴수록 병이 아니라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내부신고가 많은 기업 순으로 언론(東洋經濟)에서 발표하고 있다.

2) 일본 정부가 201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부신고 체제가 잘 정비되어 있는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싶다”는 사람이 86%나 되었고, “그런 기업과 거래하고 싶다”는 기업이 89%, “그런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82%나 되었다.(『實效的な內部通報制度』(山口利昭 저, 2017년 經濟産業調査會 간, p. 8)
3) 한국의 Corporate Governance Code(지배구조 모범규준) 1-11에도 자칫 소홀하기 쉬운 임직원의 부정 · 비리를 막기 위한 내용을 윤리규정에 넣고 이를 반드시 공개하며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 일본은 2025년 4월 현재 기업들에 자기 회사 내부신고 체제를 전 구성원에 주지시킬 의무를 지우는 내용으로 관계법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5) https://www.transparency.org/en/publications/internal-whistleblowing-systems

6) https://committee.iso.org/sites/tc309/home/projects/published/iso-37002-whistleblowing-managem/iso-37002-faqs.html
7) https://www.whistleblowers.org/campaigns/reform-sec-regulations/

8)  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 of 2010; False Claims Act (FCA);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OSHA);  California Labor Code Section 1102.5

9) https://www.caa.go.jp/policies/policy/consumer_system/whisleblower_protection_system/research/pdf/research_200313_0005.pdf

10) https://www.caa.go.jp/law/bills/assets/consumer_partnerships_cms205_250304_01.pdf

11) 『實效的な內部通報制度』(山口利昭 저, 2017년 經濟産業調査會 간), p. 6

12) 일본 소비자청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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