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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선 칼럼] 금전욕(金錢慾)과 변혹(辨惑)

등록일 2025-03-31 15:30:47 조회수 146

금융기관 부정사건에 대해 좋지 않았던 기억은 될수록 빨리 잊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점차 사라져가게 된다. 동시에 또 다른 부정사건들이 속속 발생하면서 잊었던 기억들을 새록새록 되살아나게 만든다. 부정이 고질화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 검사과정에서 거액의 부당대출 사례가 발생했다고 보도해 많은 사람을 또다시 놀라게 했다. 국책은행인 한 은행에서 882억원(58건), 농협조합에서 1083억원(392건), 저축은행 26.5억, 여신전문금융 121억원으로 부당대출 규모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검사결과 부당대출 당사자뿐 아니라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인 은폐 시도 및 은행들의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앞으로 위법·부당행위를 엄정 제재하는 한편 범죄혐의는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이해상충 방지 등을 위한 내부통제 실태점검과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세계일보, 조선일보 25.3.25) 

 

그동안 부정 대출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금융제도와 관리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은 매번 되풀이 되고 있는 원인 분석이라 하겠다. 조직 내 제 식구 감싸기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발표되는 제도 개선과 관리 감독 강화에도 불구하고 부정 행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부정 행위자들의 연계 범위, 공모 방법이나 프로세스, 교묘한 수법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부정행위 관련자들은 그들 행위의 부당, 불법성을 알지 못하고 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들의 근무활동, 경력이나 사회 경제활동 이력을 볼 때 더욱 그렇다. 때문에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마치 불치병 환자와도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나아가 이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좋지 않게 하고 불신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장본인이 되는 셈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올바르고 정당하게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적당한 기준에서 면책, 풀어주거나 원칙 없이 처벌해서는 안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는 그의 수기에서 ‘악을 벌하지 않는 것은 악을 행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불법 부당대출은 금융기관 종사자 모두가 지켜야 할 법규나 경영가치를 어기는 부도덕한 행위임에 틀림없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는 ‘덕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만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부도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하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하더라도 이를 확실한 실천으로 이끌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도덕 윤리는 지식과 이론이 중요한 것이라기보다 실천과 행동과 중요하다. 때문에 금융기관뿐 아니라 모든 조직은 종사자들이 윤리 도덕적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기구와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왜 실천이 어려울까. 도덕 윤리의 무관심 뒤에는 금전적인 매력, 유혹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도덕 윤리라는 책무와 금전적 이익 사이에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다. 도덕윤리를 무시하는 것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도덕 윤리를 중요시하는 것은 개인의 정신적 안정과 경제적 성공에 없어서는 안되는 절대적인 요소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나 금전적으로는 매력적인 경우 판단기준이 햇갈리고 부정행위라는 유혹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불법 부당행위자들은 마땅히 혹(惑)하지 말아야 했다. 惑은 정신을 헷갈리게 한다는 뜻이다. 사리판단의 기준이 헷갈린다는 의미다. 유혹(誘惑), 미혹(迷惑)의 혹이다. 이와 달리  불혹(不惑)은 혹하지 않는 것이다. 부동심(不動心)으로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 뿐 아니라 모든 직장, 사회생활에는 혹이 너무도 많다. 물욕, 승진욕, 명예욕, 권위욕 등과 같이 많은 유혹에 직면한다. 중추가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물욕(物慾), 재물이나 금전욕이다. 혹에 빠지지 않아야 도덕 윤리에 어긋나는 욕심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자는 40이 되어 不惑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하는데, 오늘 날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적지않은 사람들이 혹에 빠져 불법 부당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양심이 욕심에 패배한 것이다. 직장과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 하겠다.

 

혹(惑)에서 어떻게 벗어 날까. 2500년 전 어느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덕을 높일 수 있고 (崇德), 미혹에서 벗어날 수(辨惑)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성실과 신뢰를 근본(主忠信)으로 삼고 정의를 따르는 것이 덕을 높이는 것이다. 나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 미혹이요 잘못이라고 했다. 생각과 말과 행동에 거짓이 없고 참된 것이 다름아닌 忠信이다. 忠信은 가장 중요한 실천적 윤리도덕인 것이다(子張問崇德辨惑 子曰 主忠信 徙義 崇德也 愛之欲其生 惡之欲其死 旣欲其生 又欲其死 是惑也 ; 論語 顏淵篇).

 

금융기관은 모든 종사자의 생각, 말, 행동(思言行)이 誠(성실)과 義(정의)를 지킬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불법, 부도덕한 행위를 조장하는 금전적 이익이라는 악마의 유혹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의지력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해야 한다. 그동안 강조해 왔던 청렴, 윤리경영이 구호에 지우친 부문은 없었는지, 경영프로세스에 접목되어 마찰없이 운영되고 있는지, 리더부문의 솔선수범과 사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지, 윤리경영 모든 시스템을 세심히 점검하여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규범 법규에 대한 엄격한 학습과 더불어 윤리도덕 교육강화, 감시감독, 소통과 내부신고의 활성화가 특히 강조된다. 사람의 본성, 타고난 성품은 대체로 비슷하나 그 후의 교육, 학습, 습관에 의해 크게 달라진다는 옛 말이 全社的 倫理經營의 성숙에도 긴요하다는 점을 되새겨야 하겠다(性相近也 習相遠也; 論語 陽貨篇).

 

 

2025년 3월 31일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 박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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